1. 사건개요 – ‘대지사용권’이 전유부분과 붙어 다니는 구조를 전제로 한 분쟁의 출발점이다
이 사건의 출발은 간단하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한 동의 건물 안에 여러 세대가 나뉘어 있는 집합건물에서, 건물의 땅(대지)을 일부 지분으로 가지고 있을 뿐 구분소유자(세대 소유자)는 아닌 사람이, 실제로 전유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에게 “당신이 내 지분이 섞인 대지를 쓰고 있으니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을 내라”라고 청구한 것이다.
피고(구분소유자)는 자기 전유부분 면적 비율에 딱 맞게 적정 대지지분을 취득해 두었고, 그 지분을 근거로 대지를 사용해 왔다.
원심은 민법상 공유 일반 법리(공유자는 지분 비율로 전부를 사용·수익할 수 있고, 특정 부분을 배타적으로 쓰면 다른 공유자에게 부당이득을 돌려줘야 한다)를 그대로 적용해, 구분소유자도 전유면적 비율만큼 대지를 점유·사용한 만큼 이익을 얻었고, 대지를 쓰지 못한 다른 공유자에게 손해를 줬다고 보아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집합건물은 일반 단독건물과 다르다.
대지사용권(대지지분)은 전유부분과 일체불가분이라는 집합건물법의 대원칙이 있고, 분양·등기 단계에서 이미 전유면적 비율에 맞춰 대지지분이 배분된다.
즉 전유부분을 적법하게 소유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적정 대지지분’을 함께 갖는 것이 원칙이며, 그 지분을 가진 이상 대지는 “건물 기능을 위해 전부를 용도에 따라 공동 사용”되는 구조로 이해된다.
이 점에서 민법상 공유 일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집합건물의 특수성과 관리 질서가 무너진다.
과거 판례 중에는 ‘구분소유자도 공유자이니 배타적 사용 부분에 대해 부당이득을 부담한다’는 취지와, ‘전유면적에 상응하는 대지지분을 갖춘 구분소유자는 정당하게 점유하므로 이득이 없다’는 취지가 엇갈려 공존했다.
그 사이 혼선이 누적되던 차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사건에서 집합건물 대지 공유관계에는 공유 일반 법리가 그대로 관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료하게 정리하였다.
즉, 적정 대지지분을 갖춘 구분소유자에게까지 부당이득반환을 물리는 것은 집합건물법 체계에 맞지 않고, 실무적으로도 연쇄 소송과 정산의 무한루프를 부른다는 현실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결국 쟁점은 “집합건물에서 적정 대지지분을 갖춘 구분소유자에게, 구분소유자가 아닌 대지 공유자가 부당이득을 청구할 수 있는가” 로 압축된다.

2. 쟁점
공유 일반 법리와 집합건물법 체계의 충돌, 그리고 ‘적정 대지지분’의 의미를 어디에 둘 것인가
핵심은 두 갈래다.
첫째, 민법상 공유 일반 법리(배타적 사용자는 다른 공유자에게 지분에 상응해 이득을 반환한다)를 집합건물의 대지 공유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둘째, 집합건물법이 전제로 하는 전유부분–대지사용권의 일체성과 각 조문(제12조·제20조·제21조 등)이 설계한 ‘전유면적 비율 = 적정 대지지분’ 공식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이다.
만약 일반 공유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구분소유자 전원이 각자의 전유면적 비율만큼 항상 대지 전부를 ‘실질 점유’하는 셈이 되어, 구분소유자가 아닌 대지 공유자는 모든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부당이득을 청구하게 된다.
이 경우 적정 대지지분을 이미 갖춘 구분소유자도 일단 돈을 내고, 나중에 다른 구분소유자에게 구상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결국 소송경제에 반하고, 정의 관념에도 어긋나는 구조가 된다.
왜냐하면 적정 대지지분을 갖춘 구분소유자는 집합건물법이 요구하는 대지사용권을 완비한 주체로서, 그 지분만으로 대지 전부를 정당하게 공동사용하도록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집합건물법은 대지권의 분리처분 금지(제20조), 분할청구 제한(제8조), 지분 포기시 귀속 특례 배제(제22조) 등으로 전유와 대지사용권의 결합을 보호한다.
이 틀을 무시하고 일반 공유 법리를 우선하면, 집합건물의 관리·의결 구조(제37조 의결권 산정 기준이 전유면적 비율인 점)와도 충돌한다.
반대로, ‘적정 대지지분’ 기준으로 책임을 가르는 접근은 체계 친화적이다.
즉, 적정 대지지분을 갖춘 구분소유자는 대지 전부를 용도에 따라 사용할 권원을 이미 확보했으므로, 다른 공유자의 지분을 침탈하여 이익을 얻었다고 볼 법적 근거가 없다.
반면 적정 대지지분을 갖추지 못한 구분소유자는 자신의 부족 지분만큼 남의 지분에 기대어 전유를 유지·사용했다고 볼 수 있어, 그 부족분 비율에 한정해 부당이득이 성립한다.
결국 전원합의체는 집합건물의 법적 특수성과 거래 안전을 우선 고려해, 종전 판례의 불일치를 정리하고 ‘적정 대지지분 기준설’ 을 명확한 기준으로 세우게 된다.
3. 대법원 판단
적정 대지지분을 갖춘 구분소유자에게는 부당이득 책임이 없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결론은 명료하다.
“구분소유자가 아닌 대지 공유자는, 전유면적 비율에 상응하는 ‘적정 대지지분’을 갖춘 구분소유자에게 대지의 사용·수익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집합건물 대지의 공유관계에는 민법상 공유 일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으며, 전유와 대지사용권의 일체성, 전유면적 비율에 따른 지분 배분이라는 집합건물법의 구조적 전제가 우선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먼저 해당 구분소유자의 대지지분이 적정한지 여부를 정확히 산정해야 한다.
적정한 경우 그 구분소유자에 대한 청구는 차단되고, 적정하지 않은 경우에만 부족분 비율에 따라 한정된 범위에서 부당이득 책임이 인정된다.
이 법리는 몇 가지 실질적 장점을 가진다.
첫째, 연쇄 소송의 고리를 끊는다.
모든 구분소유자를 상대로 무차별 청구하던 관행을 중단하고, 부족 지분을 가진 구분소유자만 특정하게 되어 소송경제가 커진다.
둘째, 권리 설계의 방향을 바로 세운다.
분양단계나 거래단계에서 전유면적 비율과 일치하는 대지지분 확보가 자연스럽게 유도되어, 향후 분쟁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셋째, 거래 안정성과 법적 일관성이 강화된다.
집합건물은 본질적으로 대지 전부를 공동 용도로 사용하는 구조인데, 이를 유지하면서도 불필요한 중복 청구를 방지한다.
넷째, 분쟁의 초점이 선명해진다.
구분소유자가 아닌 대지 공유자가 권리를 주장하려면, 먼저 각 전유의 ‘적정 대지지분’ 충족 여부를 따지고, 부족 지분이 있는 구분소유자에게만 청구하면 된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과거 상충된 판례들을 정리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이전에는 ‘공유 일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해 모든 구분소유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입장과, 대지지분을 갖춘 자는 정당 점유자라는 입장이 공존했다.
이 판결은 그 혼선을 정리하고, 집합건물법 체계 우선이라는 큰 원칙 아래 ‘적정 대지지분 기준’ 을 명확히 제시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집합건물의 법적 합리성과 현실적 균형을 동시에 확보했다.
적정 대지지분을 갖춘 구분소유자는 정당한 사용자이므로 부당이득 책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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