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리뷰

[2018헌바48] 대통령 관저 100m 집회금지조항 헌법불합치 – 자유는 안전보다 넓다

라이프서초 2025. 11.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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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관저 100미터 이내 집회를 전면 금지한 조항이 국민의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의 안전 보호라는 공익은 정당하지만, 평화적·소규모 집회까지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위반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국회는 2024년 5월 31일까지 개정해야 한다.

 

1. 사건 개요 

이 사건은 대통령 관저 인근 100미터 이내에서의 모든 집회와 시위를 전면 금지한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가를 다툰 헌법소원이었다.
즉, 국가의 최고 통치기관인 대통령의 안전과 주거 평온을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금지구역이 국민의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은 아닌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한 시민의 작은 평화집회 신고였다.
2016년 10월, 청구인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연풍문’ 인근에서 약 30명의 인원과 함께 ‘○○대회’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고자 했다.
그는 정당하게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경찰은 이를 곧바로  “집회금지통고” 로 회신했다.
그 근거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2호, 즉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이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주변은 어떤 형태의 집회도 불가능하다.
폭력적 시위든, 조용한 1인 시위든, 단순한 피켓 시위든 모두 금지된다.
그 이유는 대통령의 경호와 주거의 평온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추정 때문이다.

 

청구인은 이에 반발했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고, 내가 하려는 것은 폭력적 시위가 아니라 의견 표현일 뿐인데, 대통령이 산책하는 길 근처라는 이유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금지조치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고, 사건은 결국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이 조항의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 관저’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였다.
대통령 관저가 단순한 주거공간만을 뜻하는지, 아니면 대통령의 직무공간인 청와대 전체를 포함하는지 해석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법은 ‘관저(官邸)’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대통령의 경우 거주지와 집무실이 함께 있는 특수한 상황이었다.
결국 법집행기관은 이 조항을  “청와대 전체를 포함한 광범위한 구역” 으로 적용해 왔다.

 

그 결과 청와대 앞 도로, 분수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인근까지 모두 금지구역으로 간주되었다.
이는 사실상 청와대 일대 전체가  ‘시민 접근 불가 구역’ 으로 변한 것과 다름없었다.

 

청구인은 “이 조항이 대통령의 헌법적 기능 보호라는 명분 아래,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력 시위가 아닌 평화적 집회까지도 막는 것은 헌법 제21조가 보장한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시민의 집회금지 통보를 다투는 절차를 넘어,
국가권력과 시민의 자유가 어디서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헌법적 논의로 확장되었다.
청구인의 소송은 1심과 항소심에서 기각되었지만,
결국 서울고등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며 본격적인 헌법 심판이 시작되었다.

 

한편,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사건에서도 동일한 조항이 문제 되었다.
‘○○투쟁위원회’ 회원들이 청와대 앞 분수대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가 집시법 위반 혐의로 형사 기소된 것이다.
이 사건 역시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전면 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어, 두 사건은 함께 병합 심리되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을 2018헌바48로 병합하여 심리했고,
사건은 무려 4년 동안 헌법적 쟁점으로 다듬어지며 한국 사회의 표현의 자유 논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이 조항은 1962년부터 존재했다.
처음에는 200미터 이내 집회를 금지했으나, 1989년 개정으로 100미터로 완화되었을 뿐,
근본적으로  “대통령 관저 주변은 절대적 금지구역” 이라는 원칙은 60년 가까이 유지되어 왔다.
즉, 법은 시대가 바뀌어도 국민의 자유보다는 권력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구조를 그대로 이어온 셈이었다.

2. 주요 쟁점 – 대통령의 안전인가, 국민의 자유인가

헌법재판소는 심판 과정에서 두 가지 핵심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첫째, ‘대통령 관저’라는 개념의 법적 의미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
둘째, 이 조항이 과연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가.

 

첫 번째 쟁점은 해석의 문제였다.
대통령 관저가 단지 대통령의 ‘주거 공간’을 의미한다면 제한의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범위를 대통령의 ‘집무 공간’까지 확장한다면,
결국 대통령이 일하는 모든 곳이 집회금지구역으로 변하는 셈이 된다.

 

청와대의 경우 본관(집무실), 관저(거주지), 영빈관, 여민관(비서동), 춘추관(기자실)이 한 단지에 모여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관저 100미터 이내 금지’ 조항은 곧 청와대 전체를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지역 전체를 봉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헌재는 이 점에서 대통령 관저를 ‘광의의 개념’, 즉 대통령의 생활공간과 직무공간을 모두 포함하는 영역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바로 그 해석이 다시 문제였다.
관저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국민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들고,
결국 국민의 표현공간은 국가 권력에 의해 좁혀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 쟁점은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였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필요한 경우에 한하며,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즉,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그 수단이 필요 최소한이어야 하고,
과도한 규제는 위헌이 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입법 목적은 명확했다.
대통령과 그 가족의 신변 보호, 그리고 원활한 직무 수행 보장.
이는 정당한 공익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수단이었다.
모든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폭력 시위를 예방한다는 목적과는 달리 평화적 의사표현의 자유까지 전면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낳았다.

 

예를 들어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은 담장과 도로로 분리되어 있어
대통령의 출입이나 경호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의 1인 시위조차 금지되었다.
이는 위험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추상적으로 금지한 과잉규제였다.

 

헌재는 집회의 자유가 단지 모이는 행위를 넘어  “장소를 선택할 자유” 를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집회의 목적은 단순히 외침이 아니라,
그 외침이 ‘누구에게 들리는가’에 있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에게 직접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상징적 장소에서의 집회는
그 자체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된다.

 

하지만 현행 조항은 이 같은 의미를 무시한 채,
집회 장소를 일률적으로 제한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나 정치적 의견 표출을 원천 봉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헌재는 다른 법률적 장치로도 충분히 대통령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호처장은 필요시 경호구역을 지정하고,
경찰은 위험이 발생한 경우 즉시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집회를 사전 차단하지 않더라도 위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집회 전면 금지는 필요성의 한계를 넘어선 과도한 조치로 판단되었다.
결국 논점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자유 중 어느 가치를 우선시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이 문제를 통해 자유의 본질적 가치가 행정 효율보다 우위에 있다는 헌법 원칙을 재확인하려 했다.

 

3. 헌법재판소의 판단 – 헌법불합치, 자유의 최소한은 지켜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12월 22일,
전원재판부의 만장일치로  ‘대통령 관저 100미터 집회 전면 금지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 고 결정했다.
다만 즉시 효력을 없애는 단순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입법자가 헌법에 맞게 조항을 보완·개정할 기회를 주는 절충적 판단이었다.

 

헌재는 먼저 입법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대통령은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그 신변 안전은 국가의 안정과 직결된다.
따라서 대통령과 가족의 주거 평온을 보호하고 직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는 헌법적으로 타당하다.

 

그러나 헌재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수단이 필요 최소한을 넘어선다”고 명시했다.
즉, 폭력적 시위나 경호상 위험이 명백한 상황이 아닌데도
일률적으로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다른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소이며,
특히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는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의 의사표현이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어서 법익의 균형성도 문제 삼았다.
대통령의 경호라는 공익이 국민의 기본권보다 항상 우선할 수는 없다.
오히려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이 대통령에게 비판적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그 통로가 봉쇄될 때, 국가의 정당성 또한 약화된다고 헌재는 보았다.

 

이에 헌재는 다음과 같은 결정을 내렸다.

  • 구법(청와대 시절 적용 조항)은 헌법불합치 및 즉시 효력 중지.
  • 현행법(용산 이전 후 조항)은 헌법불합치 및 2024년 5월 31일까지 잠정 적용.
    그 시한까지 국회가 개정입법을 하지 않으면, 2024년 6월 1일부터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 결정은 단순히 하나의 조항을 고치는 문제를 넘어,
국가권력과 시민자유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 판례로 평가된다.
헌재는 “국가는 대통령의 경호를 통해 권위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자유를 지켜냄으로써 스스로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가 ‘안전’이라는 명분으로 ‘자유’를 제한할 때,
그 균형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를 헌법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그 답을 명확히 제시했다.
국가의 안전은 자유 위에 세워져야 한다. 자유 없는 안전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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