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신발주머니를 잘라버리겠다”고 말한 사건에서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취소했다. 훈육 과정에서의 일시적 언행을 정서적 학대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검찰의 자의적 판단이 교사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결정했다.
기소유예처분취소 [전원재판부 2022헌마1286, 2025. 5. 29.] 사건은 한 초등학교 교사의 훈육 방식이 과연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가를 두고 다툰 헌법재판소 결정이다.
청구인은 초등학교 담임교사로서 학생의 생활지도를 하던 중, 한 학생이 청소 지시를 따르지 않고 교실 밖으로 나가려 하자 신발주머니를 잡아당기며 제지했고, 이어서 “계속 놓지 않으면 가위로 잘라버릴 거야”라고 말하였다.
이 말 한마디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피해아동의 어머니는 즉시 경찰에 아동학대 신고를 하였고, 학교와 지자체는 현장조사를 통해 교사의 발언이 정서적 학대라고 판단하였다.
결국 검찰은 2022년 7월 5일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청구인은 억울했다.
그는 단순한 훈육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며, 위협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아동이 장난감 구슬을 치우지 않고 나가려 하자 교사로서 제지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가위로 잘라버리겠다”는 말은 실제 해를 가하겠다는 협박이 아닌, 아이의 행동을 멈추게 하기 위한 교육적 표현이었다고 항변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의 기준이 어디까지인가를 세밀히 따졌다.
법에 따르면 정서적 학대는 아동의 정신건강이나 정상적인 발달을 해치거나 그 위험을 초래할 정도의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말한다.
즉, 단순히 기분이 상하거나 두려움을 느꼈다는 이유만으로 학대라고 볼 수는 없으며, 정신적 발달이 저해될 정도의 행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행위자와 아동의 관계,
둘째, 발언 당시의 태도와 어조,
셋째, 피해아동의 연령과 성향,
넷째, 그 발언이 아동의 정신 상태나 이후 행동에 미친 영향,
다섯째, 행위의 반복성 여부 등이다.
이 사건의 경우, 청구인의 행위는 단 한 번의 발언이었으며, 반복적 위협이나 모욕이 아니었다.
또한 청구인이 아동에게 실제 신체적 위해를 가하거나, 폭력적 행동을 한 사실도 없었다.
헌법재판소는 또 당시 교실 상황에도 주목했다.
피해아동의 자리가 지저분해 교사가 청소를 지시했지만, 아동이 이를 거부하며 나가려 했다는 점,
그리고 교사가 손에 든 가위는 이미 책상 위에 있던 물건을 들었을 뿐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는 아동을 공포에 몰아넣기 위한 행동이라기보다 즉흥적이고 상황적 대응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조사 결과, 청구인은 평소 학생들에게 폭언이나 부당한 대우를 하지 않았고, 피해아동 역시 수업 중 자주 울거나 교사의 지시에 반응하지 않는 성향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정까지 종합할 때, 청구인의 언행은 교육적 목적의 훈육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 언행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물론 헌재는 이 사건 발언이 “적절한 표현은 아니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그것이 형사처벌이나 기소유예 처분을 정당화할 수준의 학대행위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았다.
실제로 피해아동이 진단받은 ‘적응장애’나 ‘스트레스 반응’도, 그 원인이 전적으로 이 발언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헌재는 검찰의 기소유예 판단 과정의 자의성을 문제 삼았다.
경찰은 처음에 “사회통념상 정신적 폭력으로 보기 어렵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피해자 측의 이의신청으로 사건이 재조사되었다. 이후 검찰이 단순히 감정적 판단에 기초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린 점은 명백히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본 것이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결론 내렸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에서 객관적 증거 없이 교사만 불리하게 판단한 것은 형평성과 합리성을 결여한 자의적 법 집행이라는 이유였다.
이 결정은 단순히 한 교사의 구제를 넘어, 교육 현장에서 훈육과 학대의 경계를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헌법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헌재는 “아동의 권리 보호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교사의 정당한 훈육권까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헌재는 피청구인이 내린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며, 교사의 교육활동이 형사처벌의 위협 속에서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요컨대, 이 사건은 ‘정서적 학대’라는 개념을 엄격하게 해석함으로써, 교육적 행위와 범죄행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헌법적 원칙을 재확인한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므로 이를 취소한다”는 주문을 선고하였다.
결국 이 사건은 교사가 교육 현장에서 단호하게 학생을 지도하는 행위와, 아동의 인권 보호가 충돌할 때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다시 일깨워준 판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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