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 리뷰

[2022헌마154] – “댓글 한 줄이 모욕죄?” 헌법재판소, 기소유예처분 취소… 표현의 자유 손 들어줘

라이프서초 2025. 11. 1. 09:00
반응형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기사에 “너무 대놓고 사기쳤는데 뭘”이라는 댓글을 단 시민에게 검찰이 내린 기소유예 처분(2022헌마154)을 취소했다. 헌재는 이 표현이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으로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으며, 검찰의 자의적 판단이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5월 29일, 기소유예처분취소 사건(2022헌마154) 에서 “댓글 한 줄이 모욕이 될 수 없다면, 그건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단 한 문장이었다.

한 시민이 인터넷 기사에 남긴 “너무 대놓고 사기쳤는데 뭘”이라는 댓글이 문제 된 것이다. 검찰은 이를 모욕죄로 판단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는 사회적 비판의 표현일 뿐, 범죄가 아니다”라며 기소유예를 취소했다.

 

사건의 배경

청구인 최○○ 씨는 2021년 8월 인터넷 커뮤니티의 기사 게시판에 댓글을 달았다.

해당 기사는 “뒷광고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유튜버 한○○이 방송 복귀를 알렸다”는 내용이었다.

청구인은 기사에 “너무 대놓고 사기쳤는데 뭘”이라고 적었다.
이후 유튜버는 자신을 비방하는 댓글이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을 모욕했다며 고소했다. 검찰은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표현”이라며 형사재판 대신 기소유예를 결정했다.

하지만 청구인은 “사실을 언급한 의견일 뿐 모욕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쟁점 – 그렇다면 ‘비판’인가, ‘모욕’인가

헌법재판소는 먼저 모욕죄의 법리를 검토했다.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를 처벌한다.

여기서 모욕이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다.

하지만 헌재는 “단순히 불쾌감을 주는 표현만으로는 모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특히 피해자가 공적 인물이고, 표현이 공적인 사안에 대한 의견이라면 표현의 자유의 보호 범위 안에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재의 판단 – “사회적 의견의 한 표현”

헌법재판소는 댓글의 문맥과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종합적으로 살폈다.
“사기쳤다”는 표현이 법적 의미의 ‘사기죄’를 의미한다기보다는, 피해자가 과거에 뒷광고 논란으로 비판받았던 사실을 근거로 한 비판적 표현이라고 보았다.
당시 피해자는 실제로 광고를 숨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으며, 관련 보도도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진 상태였다.

또한 댓글이 게시된 환경 역시 중요했다.
해당 기사에는 수많은 비판 댓글이 올라와 있었고, 청구인의 댓글은 그 중 하나였다.
이는 특정인을 인신공격하거나 조롱한 것이 아니라, 논란이 된 행위에 대한 평가적 의견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헌재는 “표현이 다소 거칠더라도, 공공의 문제에 대한 의견이라면 사회적 논의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하며 “비판의 과정에서 일부 모욕적 표현이 사용되더라도, 그 전체 맥락이 공익적 논의 안에 있다면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밝혔다.
즉, 청구인의 발언은 사회적 논란에 대한 의견 표현으로서, 형법 제2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판단이다.

또한 헌재는 “청구인이 피해자의 사생활을 언급하지 않았고, 악의적으로 조롱하거나 비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표현의 강도는 다소 높을 수 있으나, 그것이 사회적 평가를 심각히 저하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의 자의적 판단

헌재는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법리 오해에 기초했다고 보았다.
검찰이 전체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단어 하나만으로 ‘모욕’이라 단정한 것은 자의적 판단이며,

이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판단했다.

 

기소유예는 단순한 선처가 아니라 “죄는 인정된다”는 전제가 남는 조치다.
따라서 검찰의 부당한 판단으로 내려진 기소유예는 명예를 훼손하고, 자유를 제약하는 위헌적 행위가 될 수 있다.

헌재결정례_2022헌마154.hwp
0.08MB

결론 – “비판은 범죄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최종적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관 전원 일치였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개인 사건을 넘어, 온라인 시대의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명확히 한 의미 있는 판례로 남았다.
헌재는 “공적 논의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기본 가치이며, 비판과 모욕의 경계는 맥락 속에서 판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공적 인물의 행위에 대한 비판적 의견은 다소 거칠더라도 보호되어야 하며,
그것을 ‘모욕’으로 단정해 기소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모든 불쾌한 말이 범죄는 아니다.”
표현의 자유는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지만,
그 자유가 있어야만 사회는 토론하고 발전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판결로 “비판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안전장치이며,
공권력은 이를 함부로 제한할 수 없다”는 헌법의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결국 헌재의 결론은 단순했다.
청구인의 댓글은 모욕이 아니다.
검찰의 기소유예는 잘못된 판단이며,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다.
따라서 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다.

 

이로써 헌법은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했다.
‘비판은 죄가 아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