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책배우자도 이혼할 수 있을까요? –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깊은 고민
혼자 잘못했어도 이혼하고 싶다면?
안녕하세요. 오늘은 결혼 생활에서 누구의 잘못으로 관계가 망가졌든, 그 사람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두고 대법원이 깊이 고민한 사건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바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가?’ 입니다.
여기서 '유책배우자'란, 예를 들어 외도나 폭력 등으로 혼인관계를 망가뜨린 사람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우리 이제 끝내자”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게 과연 정당할까요?
※유책주의란 무엇일까요?
유책주의는 쉽게 말해, 혼인 관계가 깨진 데 책임이 있는 사람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외도를 해서 부부 사이가 파탄 났다면, 그 외도한 사람은 "우리 이혼하자"고 법원에 요청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잘못한 사람이 먼저 등을 돌리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거죠.
우리나라 법원은 오랫동안 이 유책주의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책임 없는 배우자를 보호하고,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쉽게 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요즘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혼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고, 이미 부부 사이가 완전히 무너졌다면 누구의 잘못이든 관계없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요. 이건 '파탄주의'라는 입장인데, 아직 우리나라 법원은 기본적으로 유책주의에 머물러 있답니다.
즉, 유책주의는 “잘못한 사람이 먼저 헤어지자고 말할 수는 없다”는 원칙이에요. 혼인의 책임과 도덕적 기준을 중요하게 여기는 제도라고 할 수 있죠.
사건 개요를 잠깐 짚어볼게요
이 사건의 원고(남편)는 1976년에 피고(아내)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두었고요. 그런데 2000년경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이까지 낳은 뒤 집을 나가 동거를 시작합니다. 이른바 혼외 사실혼 관계입니다.
그 후 원고는 법원에 이혼을 청구했지만, 피고는 "나는 혼인을 유지하고 싶다"고 하면서 이혼에 반대했어요.
이때 피고는 고령이었고 건강도 좋지 않았으며, 남편 없이 세 자녀를 키워낸 분이었습니다. 생활비도 남편에게 의존하고 있었고요.
쟁점
1. – 유책배우자도 법정에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까?
우리 대법원은 오랫동안 유책주의를 따르고 있어요.
즉,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법원에 이혼을 청구하는 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죠.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이런 입장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대법관 6명은 반대의견을 통해 “이제는 파탄주의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거든요.
※ 파탄주의는
혼인이 사실상 완전히 깨졌다면,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지 않고 이혼을 허용하자는 생각이에요. 부부 사이의 애정과 신뢰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졌다면, 더 이상 법적으로만 붙잡아두는 건 의미 없다는 거죠. “누가 잘못했든, 이미 끝난 관계라면 각자의 삶을 살게 해주자”는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유럽 등 많은 나라들이 이미 이 파탄주의를 따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어요.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기존의 유책주의를 유지한다는 다수 의견(대법관 7명)의 판단에 따라 이혼청구는 기각됐습니다.
2. –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어떤 때일까요?
대법원도 무조건 “안 돼!”라고 한 건 아닙니다.
예외적인 경우, 즉 아래와 같은 경우라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도 가능하다고 밝혔어요.
상대방도 더 이상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전혀 없을 때,
유책배우자가 오랜 세월 동안 충분한 보상과 배려를 한 경우,
시간이 많이 지나 유책성(잘못의 정도)이 희석되었고, 상대방도 별다른 피해 없이 살아가고 있을 때,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아내가 여전히 혼인을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경제적으로도 취약한 상황이어서 이러한 예외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3. – 반대의견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을까요?
6명의 대법관은 “이혼율이 급증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도 많이 향상된 지금, 유책주의는 시대착오적이다”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미 혼인관계는 깨졌고, 그 실체가 없는 혼인을 억지로 유지시키는 것은 개인의 존엄을 해치는 일이다. 이혼 이후의 위자료, 재산분할 등을 통해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혼인 자체가 완전히 파탄되었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어야 하며, 그 외에 누구 잘못이 더 컸는지는 이제 중요한 판단 요소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결국 대법원이 내린 판단은?
다수의견(7명): 아직은 유책주의 유지가 필요하다
반대의견(6명): 시대 변화에 따라 파탄주의로 가야 한다
결과: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기각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었습니다.
- 우리나라에는 파탄주의를 뒷받침할 법적 장치(이혼 후 부양제도 등)가 부족해요
- 중혼이나 사실혼과 같은 또 다른 피해가 우려돼요
- 상대 배우자의 보호가 더 시급한 사회적 상황이 여전해요
맺음말 – 혼인을 끝내는 데도 '정의'가 필요합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이혼소송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이혼제도를 택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죠.
누구의 잘못이든, 누구의 삶이든, 법은 단순히 규정만을 따지지 않고 그 안의 사람을 봅니다.
이혼이라는 선택도, 그 책임도, 상처받은 이들의 삶도 모두 법 안에서 조화롭게 다뤄져야 하겠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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